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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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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세계상


게스빈 모하마드, 알렉산드라 오디노바, 바실리 콜로틸로프, 유리 미하일로비치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

게스빈 모하마드는 핀란드 출신으로 영국의 ITV, BBC2, 미국의 PBS 등에서 프리랜서 영상기자로 일해 왔다. 러시아 출신인 알렉산드라 오디노바와 바실리 콜로틸로프는 모스크바 타임스(Moscow Times)에 근무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영상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취재팀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정부가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의 여론과 비판을 강하게 탄압하고, 외신취재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전의 목소리와 푸틴정부에 대한 비판을 다양한 현장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전달한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 (Inside Russia: Putin's War at Home)>을 제작해 2022년 10월 영국 ITV와 미국 PBS에서 방송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하여 러시아 내에서는 우크라이나전쟁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에 대한 대대적인 언론통제와 정치적 탄압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취재팀은 전쟁에 반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사연과 목소리를 영상에 담았다. 해외 매체와 접촉하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푸틴정권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여할 것을 선전, 선동하면서, 이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언론과 시민들의 호소를 ‘가짜뉴스’로 규정해 법적인 처벌과 탄압을 벌이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또, 이들의 목소리를 보도하고 동조해 연대하는 행동들을 ‘매국노’들의 ‘이적행위’로 간주하고, 전사자들에 대한 정보조차 국가기밀로 취급해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시민들에게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한 정보들을 제한하고 오직 ‘애국’에 호소해 전쟁의 포화속으로 시민들을 동원하고 있는 ‘러시아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상황을 현장의 목소리와 영상으로 고발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이 영상보도가 그동안 외신기자들의 취재금지와 철수로 제대로 보도되지 못했던 러시아 내부의 푸틴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저항들, 전쟁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민주주의와 언론-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다양한 현장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해 고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취재원들과 똑같이 체포와 처벌당할 수 있는 위험상황 속에서도 민주, 인권, 평화, 언론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취재, 보도한 세 영상기자들의 노력과 투철한 기자정신은 1980년 5월 힌츠페터가 광주에서 실현했던 기자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하며, 이 작품을 '기로에 선 세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뉴스부문

아담 데지데리오, 줄리아 코체토바, 벤 C. 솔로몬

"바흐무트 전투"

벤자민 솔로몬은 2020년부터 VICE News 선임 국제특파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2021년, 우크라니아에 전쟁취재를 위해 특파원으로 파견됐다. 아담 데지데리오는 2016년부터 VICE News의 제작책임자로 일해 왔다. 줄리아 코체토바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프리랜서 영상기자이다.

2022년 8월,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전쟁의 가장 위험한 전장이 되었다. 벤자민 등 세 기자는 러시아의 포격과 공습이 끊이지 않는 도시 ‘바흐무트’에 2주간 머물며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의 전투에 동행하고, 전쟁의 한 가운데서도 피난 대신 잔류를 택한 시민들의 삶을 취재해 보도했다. 이 보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사실은 이해를 같이 하는 주변 여러 나라들이 참여한 국제전쟁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이 국제전에 참여한 이들의 사투를 벌이는 이유를 직접 인터뷰하고 있다. 또, 학교와 병원까지도 공격의 표적이 되는 전쟁의 비윤적인 현실 속에서도 전쟁이후의 새로운 삶을 희망하며 90%가까운 거주민들이 떠난 도시의 주요시설들을 지키고 있는 소방관, 학교, 병원 관계자들의 헌신도 조명하고 있다. 취재진은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지하방공호와 집을 오가며 전쟁이후의 행복한 삶을 꿈꾸는 8살 소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류보편적 시각에서 서로의 명분과 정의를 상실한 채, 오직 ‘자신들의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계속 전쟁을 이어가는 현재의 상황을 비판하고 빠른 전쟁의 종식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전쟁이 민간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심층 취재해 보도했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강인한 회복력과 희망을 담았다. 공감 가는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의 알권리를 충족했으며, 전쟁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촬영 기법과 냉철한 질문과 해설이 보도의 객관성을 높였다. 사위원들은 인터뷰 도중 포격과 전투기를 피하면서 바흐무트 주민들의 삶을 보도하려는 기자들의 모습은 1980년 계엄군의 통제와 폭압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록한 힌츠페터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특집부문

캐롤 발라드, 클레망 디 로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국이었고, 독립 후에도 프랑스의 정치와 경제적 영향권에 있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친프랑스파와 반프랑스파, 기독교세력과 이슬람세력, 국가 내 복잡한 부족세력 간의 갈등과 무장충돌로 정치적 혼란과 비극을 되풀이해왔다. 이에 대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민들의 반감을 무기삼아, 러시아는 프랑스를 대체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은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대파병이 아닌 바그너그룹의 용병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 출신으로 Découpages라는 독립 매체에서 프리랜서 영상기자로 일하고 있는 캐롤 발라드와 클레망 디 로마, 두 기자는 2018년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에서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치적 세력변화와 그 중심에 선 바그너 그룹의 전방위적 활동을 취재하다 살해당한 동료 기자들의 작업을 이어받아 취재에 들어갔고, 2022년 8월 그 결과물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Russian Soft Power in The CAR)>를 유럽의 ARTE-TV를 통해 보도했다.

러시아 세력의 견제와 위협 속에서도 두 기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권력과 유착해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러시아와 그 대리자인 ‘바그너그룹’ 용병세력의 행태와 이를 바라보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민들의 복잡한 속내를 다양하게 취재, 보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바그너그룹’이 활용하고 있는 문화적, 심리적 접근 방식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회의 러시아화를 만들고 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와 병행해, 오랜 식민경험이 만들어낸 갈등, 종교적 대립, 부족갈등을 이용하고 부추기면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수탈하고 있는 문제도 고발한다. 또, 이 보도는 이 나라에서 오랜 기간 정치, 경제적 영향력과 이권을 추구해 온 프랑스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순식간에 회피하면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회를 통제불능의 갈등상태로 만들어 놓고, 그 와중에서도 경제적 이권은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 제국주의적 행태도 비판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국제정치의 권력관계가 약소국가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왜곡하고 실패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고발하는 보도이자, 국제사회와 대형언론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와 사람들의 절박한 민주주의의 문제를 세상에 알리려고 한 문제의식과 노력이 돋보여,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취지와 목적에 꼭 맞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러시아의 정치권력과의 유착과 문화심리적 침투현상을 한쪽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양 편의 입장에 선 사람들의 취재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여 준 점, 이 문제의 근원이 된 프랑스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면서 경제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현장취재로 보여 준 점도 높게 평가했다.

5월 광주상

볼로디미르 쉐브첸코, 유리 볼다코프, 볼로디미르 타란첸코, 빅토르 크리프첸코

볼로디미르 쉐브첸코, 유리 볼다코프, 빅토르 크리프첸코, 볼로디미르 타란첸코는 구 소련 우크라이나중앙TV(Central TV in Ukraine) 소속 영상기자로,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3분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기의 대형 폭발사고와 수습과정을 4개월간 취재했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원전사고의 수습을 위해, 4개월 동안, 60만 명에 이르는 소방관, 군인, 시민들이 동원되었다. ‘체르노빌 전투’라고도 불린 필사적 수습작전은 방사능 피폭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나 보호장비도 없이 진행되었고, 이를 취재한 이들 역시 오직, 기자정신과 카메라에만 의지해 역사의 현장을 기록했다. 넉 달에 걸친 ‘체르노빌원전사고’취재 후, 블라드미르 쉐브첸코는 사고현장의 피폭의 여파로 ‘폐암’선고를 받고 다른 기자들도 심각한 피폭후유증에 오랜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볼로디미르 쉐브첸코는 폐암이 가져온 고열의 고통 속에서도, ‘체르노빌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취재한 영상들을 편집해 1986년 11월 <체르노빌: 힘겨운 주간들의 연대기>라는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소련당국은 94곳에 걸친 수정요구와 일반상영금지를 처분했고, 이에 저항하며, 자신과 동료들이 취재한 체르노빌의 진실을 온전히 세상에 알리기 위해 투쟁했다. 결국,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이듬해 3월 초 우크라이나지역에서 제한상영을 시작했지만, 영상 공개 후 한 달 만에 쉐브첸코는 목숨을 거두었다.

소련의 관료주의와 비밀주의가 가져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그 피해와 수습과정을 담은 그들의 영상은 소련사회의 독재적 정치체제가 만든 시스템의 붕괴를 고발하는 영상이 되었고, 이 영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목숨을 건 저항은 소련의 언론통제현실을 국내외에 알려 소련사회주의연방의 붕괴를 가져오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또, 첨단장비들이 불능화된 상황에서 “바이오로봇‘으로 불리는 사고수습대원들이 체르노빌원전3호기의 옥상에서 벌인 방사능잔해들의 청소작업, 이외의 위험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현장들에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평범한 군인, 소방관, 시민들이 벌인 필사적 노력들을 담은 영상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열쇠이자, 보통사람들이 인류의 재앙과 고통을 이겨내고 역사를 발전시키는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인류의 중요한 역사기록이기도 하다.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체르노빌의 현장에 뛰어든 이들의 취재는 인류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원자력 사고의 실상을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대가 목도할 수 있는 중요한 영상역사가 되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처리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역사적 사건, 사고가 온전히 영상으로 기록되어 분석되고 기억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향후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수습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작업들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체르노빌의 영상기록은 생생하게 일깨우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이들 네 명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취재한 기자들의 업적이 ‘기억하고 기림으로써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오월광주상 취지와 뜻을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